The Grix

디지털, 추억을 입다. The Grix

얼마전에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잘짜여진 시나리오에 과하지고, 모자라지도 않은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좋은 영화였는데요. 90년대 학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학생이었을때의 풋풋한 이야기들을 기분좋게 마주할 수 있어서 극장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한가지 감정은, 우리가 흔히 ‘복고’라고 이야기해왔던 시간이 성큼 다가왔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통기타’와 ‘세시봉’등으로 대표되는 ’7080′문화를 지나 ‘X세대’로 정의 되어지는 90년대 학번 이야기가 ‘복고’라는 코드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조금은 섭섭하지만 아련한 기분 말입니다. 물론, 아직 90년대는 ‘옛날’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있지만 말이지요.

‘복고적인’, ‘향수를 자극하는’과 같은 수식어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감정의 환기는 왠지 지극히 ‘아날로그적’ 일 것 같습니다. 너무 깔끔하지만은 않고, 조금 어설프지만 정감이 가는. 그런 느낌 말이지요. 하지만 어릴때부터 컴퓨터와 함께 자라온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향수’의 대상이 꼭 ‘아날로그’이지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즉 초기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투박한 그래픽 자체가 ‘향수 어린’ 추억의 대상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지요.

똑같은 전자 음악 이지만 음원의 수가 제한되어 있는 8비트(Bit) 음악의 경우에는 분명 디지털 음악임에도 아련한 추억의 기분을 환기시켜 줍니다. 마치 당시에 부모님 몰래 다니던 ‘전자오락실’에 대한 기억이 함께 우리를 웃음짓게 하지요.

8비트(Bit)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역시나 초기의 비디오게임들 일겁니다. 이제는 ‘픽셀아트’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수많은 도트(Dot)를 하나하나 찍어서(!) 완성이 되죠. 실사와 똑같은 이미지를 향했지만 역설적으로 실사와 똑같지 않음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흥미로운 결과물입니다.

어쩌면 컴퓨터 세대들에게 8비트 도트 그래픽 이미지는 이전 세대들이 몽당 연필로 연습장에 낙서하던 기억과 유사한 향수를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이퀄리티의 그래픽 기술이 가득한 지금에 이르러서도 어딘가에선 투박하기 그지없는 8비트 이미지들을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소개해 드릴 앱인 ‘The Grix’는 그룹 ‘eBoy’와 같은 8비트 픽셀아트를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eBoy’의 ‘FixPix’는 픽셀아트를 소재로한 “작품집/퍼즐게임” 인 반면에 ‘The Grix’는 실제로 사용자가 직접 8비트 픽셀아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앱입니다. 물론 사용자 편의성도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픽셀아트를 즐길 수 있게 합니다.

‘The Grix’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기를 원하는 블럭을 ‘drag’ 해서 위치를 이동하고, ‘click’을 통해 블럭의 방향을 바꿔주기만 하면 원하는대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만의 블럭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데요. 정사각형의 블럭을 다양한 색과 미리 만들어져 있는 패턴등을 이용해 독창적인 블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 회화를 그릴때 자신만의 물감색을 팔래트에 만들어 놓는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양한 SNS와 경로로 공유가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SNS들의 아이콘이 8비트 픽셀아트 이미지로 만들어진것을 보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라는 말과 ‘향수’ 라는 단어는 어쩌면 가장 안 어울리는 조합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생활의 일부분이 된 디지털 기술이 어느새 주변을 가득 메우며, 그것에 세월이 쌓여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요즘, 느리고 불편했던 과거의 기술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처럼 초기에 컴퓨터를 다뤘던 세대가 8비트 기술에 향수를 느끼는 시대를 넘어, (지금의 기준으로)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이 너무나 느린 기술로 느껴질 미래의 어디쯤, 우리는 어떤 기술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고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The Grix’와 같은 앱으로 8비트를 그리고 만들며 즐기는 것 처럼 말이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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