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악

Tacit Group ‘훈민정악’
메세지는 우리의 소통 방식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원글: 디자인 정글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풍경. 바로 사람들의 고개 숙인 모습입니다.
시선을 고정하고 무언가에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 바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우리 주위의 풍경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는데요.

그러고 보니 예전엔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곤 했었죠.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땐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구요. 힐끔힐끔(물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변 사람들을 처다보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짐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그렇게도 열심히 하고 있을까요? 간단한 정보 검색이나 어제 놓친 드라마, 그리고 음악, 게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장 집중하는 서비스는 아마도 메세징 애플리케이션이지 않을까 합니다. 곳곳에서 정적을 깨우는 소리로 ‘X톡, X톡’이 가득한걸 보면 말이지요.

메세지가 통화보다도 익숙해져가는 현대인들 이라곤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상대방의 눈을 보고, 그(또는 그녀)가 하는 말을 집중해 들으며, 그 대화가 이루어졌던 그 상황과 풍경까지도 모두 한꺼번에 전달하는(되는) 것 이지요. 그리고 그런 총체적인 경험 속에서도 오해와 같은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게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기도 하구요.

신문 사회면에서도 종종 메세지 대화방에서 벌어지던 갈등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메세지 서비스는 ‘통화를 할 수 없을때 대체되던 서비스’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혹은 더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정착된 느낌입니다.효과도 그만큼, 오해도 그만큼.

그래서인지, 대화보단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본인의 얼굴을 숨긴채 이모티콘과 단축어와 같은 신조어들로 가득한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기성세대의 눈으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쉴새없이 메세지를 보내는 젊은 친구들이 산만하게만 보이는게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가 되냐는 핀잔을 듣던 것도, 워크맨을 들으며 독서하는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던 순간들도 다 우리가 지나온 세대와 시간의 발걸음 이었던 것 처럼 지금 세대의 ‘멀티테스킹’ 또한 새롭게 진화한 현대인들의 생활 양식으로 정리되어지겠지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고 말이지요.

오늘 소개해드릴 작업은 이런 메세징 서비스의 부정적인 면이 아닌 ‘즐거운 모습’이 잘 드러난 퍼포먼스 작업입니다. 바로 디지털 테크놀로지 퍼포먼스 그룹 ‘테싯그룹’의 ‘훈민정악(Hun-min-jeong-ak)’인데요. 조금 시간이 지난 작품이지만, 최근의 공연에서도 늘 오프닝을 담당하고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작업 속에서 현대인들의 ‘메세징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연주자들이 일렬로 무대 위에 자리한 후 마치 잡담을 하듯 여러가지 이야기를 메세지로 나눕니다. 그리고 그 잡담(?)의 소리들은 그 자체로 흥겨운 멜로디와 리듬을 만들며 음악을 완성시켜 나가는데요. 관객들은 연주자들이 나누는 가십(Gossip)을 보며 같이 즐거워 하게됩니다. 그건 아마도 마치 내가 일상에서 대화방을 통해 ‘유희’하고 있는 풍경을 무대를 통해 목격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것이죠. 6명의 연주자들이 동시에 이야기들을 쏟아내지만, 멀티테스킹에 능숙한 지금의 세대들은 충분히 그 순간순간을 느끼며 즐거워 하더군요.

테싯그룹의 다른 퍼포먼스들도 참 좋지만, 언제나 공연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즐거워 하는 작업이 바로 이 ‘훈민정악’입니다. 그만큼 메세지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걸 반증하는 것 아닐까요.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은 나의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차려 주기 위해 쏟는 노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그 전달 방식에 오해가 없도록 표정을, 어조를, 손짓을 동원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보완 하지요. 메세징 서비스 역시 불완전한 소통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방식(이모티콘, 스티커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대화에 비해 즉시성(바로바로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전달 할 수 있다는 장점(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만)이 있기도 하지요. 메세지던, 통화던, 실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이던, 소통의 대상을 향한 ‘진심’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테싯 그룹의 공연 처럼, 커뮤니케이션은 ‘즐거운’ 것 이기 때문이죠.

* 새로운 기술로 여러사람들이 다양하게 ‘합주’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테싯그룹이 궁금하시다면 http://www.tacit.kr을 참조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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